나직경(08)-찰간察奸 고전사숙록古典私淑錄

『나직경』의 8번째 편은 《찰간察奸》으로, 간사한 자/간신(奸)을 살핀다(察)는 뜻이다. 앞서 사람을 검열(閱人)하고, 아랫사람들을 통제(治下)하는 것을 이야기했는데, 여기서는 본격적으로 아랫사람들 중에서 만에 하나라도 있을 딴 생각을 하는 사람을 가려내는 법을 말한다.

奸不自招, 忠不自辯. 奸者禍國, 忠者禍身.
간신은 스스로 쉽게 자백하지 않으며, 충신은 스스로 변명하는데 능하지 않다. 간신은 국가에 화를 끼치고, 충신은 자신에게 화를 끼친다.
無智無以成奸, 其智陰也. 有善無以爲奸, 其知存也.
지모가 없으면 간신이 될 수 없으니, 그 지모가 음험하기 때문이다. 마음속에 선량함이 있으면 간신이 되지 못하니, 양심의 앎이 있기 때문이다.
智不逾奸, 伐之莫勝. 知不至大, 奸者難拒. 忠奸堪易也. 上所用者, 奸亦爲忠. 上所棄者, 忠亦爲奸.
지모가 간신을 넘어서지 못하면 그들을 쳐서 이길 수 없다. 양심의 지혜가 심원하지 않다면 간신을 당해내기 어렵다. 충신과 간신은 바뀔 수 있다. 윗사람이 그를 등용하면, 간신 또한 충신이 된다. 윗사람이 그를 버리면, 충신 또한 간신이 된다.
* 아무리 간신이더라도 그를 등용한 사람의 눈에 충신으로 보이고, 아무리 충신이더라도 그를 버린 사람의 눈에는 간신으로 보인다는 뜻이다.
勢變而人非, 時遷而奸異. 其名難恃, 惟上堪恃耳. 好惡生奸也. 人之敵, 非奸亦奸. 人之友, 其奸亦忠.
시세가 변하면 사람이 (이전과 같지) 않듯이, 시간이 변하면 간신은 달라진다. (충신과 간신이라는) 그 명칭은 믿을 수 없고, 다만 윗사람을 믿을 수 있다.* 좋아하고 싫어함이 간신을 만든다. 사람들의 적은 간신이 아니어도 간신으로 보이고, 사람들의 벗은 간신이어도 충신이라고 불린다.
* 윗사람의 재능과 그의 총애를 믿을 수 있다는 표현이다.
道同方獲其利, 道異惟受其害. 奸有益, 人皆可爲奸. 忠致禍, 人難爲忠. 奸衆而忠寡, 世之實也. 言忠而惡奸, 世之表也.
도의가 서로 같으면 그 이득을 얻고, 도의가 서로 다르면 다만 그 해를 받게 된다. 간신이 되는 것에 이익이 있다면 사람들은 모두 간신이 되려 할 것이다. 충신이 되는 것이 화를 초래한다면 사람들이 충신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간신이 많고 충신이 적은 것이 세상의 현실이다. 충신을 말하고 간신을 싫어하는 것은 세상의 겉모습일 뿐이다.
惟上惟己, 去表求實, 奸者自見矣.
윗사람에게 아첨하는 것은 모두 자신을 위해서이니, 겉으로 보이는 것을 버리고 실체를 파악하면 간신은 자연히 드러난다.

충신의 개념에는 보통 두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국가에게 충성하는 신하"이고, 다른 하나는 "윗사람에게 충성하는 신하"이다. 이 둘은 엄밀한 의미에서는 전혀 다른데, 내준신이 궁극적으로 말하는 충신은 후자의 개념이다. 즉, 윗사람의 총애가 결국 충신을 만든다는 것이다. 내준신은 "명칭은 믿을 수 없고, 다만 윗사람을 믿을 수 있다. 좋아하고 싫어함이 간신을 만든다"고 선언한다. 다시 말해 윗사람의 뜻에 절대적으로 부합하는 사람이 충신이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것이 바람직한 모습일까? 사람은 누구나 자신과 비슷한 성향의 사람에게 친근함을 느낀다. 리더도 절대 예외가 아니다. 특히 고독감을 느끼기 시작하거나 자신의 성취에 불만족스러워질수록 주변 사람들을 고분고분한 사람, 자신을 위로해주는 사람, 자신을 잘 아는 사람으로 채우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이런 조직의 경우 참모들이 무능하거나 아첨꾼으로 채워지고, 설령 유능한 인물이 앉는다고 해도 리더의 기준, 취향으로 편성된다. 이런 조직일수록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렸을 때, 이를 바로잡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이런 조직의 결말은 비참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작년 3월에 그 결과로 권좌에서 내려왔던 사람을 우리는 봤다.

대신 취향에 따라 덕질을 충족하는 것은 지극히 건전하지 말입니다?(결론이 항상 고따구냐!!!!!)

덧글

  • 까마귀옹 2018/01/12 16:53 #

    '충신은 스스로 변명을 하는데 능하지 않다. 충신은 자신에게 화를 끼친다'

    하기야 역사에서 바른말은 잘하는데 처신은 제대로 못해서 목 뎅겅 당하고 후대 사람들에게 '그 사람 참 반듯하긴 했는데 왜 그랬을까 ㅉㅉ'란 평가를 받은 사람이 정말 많죠.
  • 연성재거사 2018/01/13 00:25 #

    그런데 아부하다 목이 날아간 경우도 왕왕 있다는 게 안습입니다. 당장 『나직경』의 저자 내준신도 측천무후에게 절대복종했지만, 결과는 끔살이었죠-_-;
  • 위장효과 2018/01/16 08:33 #

    측천무후야 쓰고 버리기의 귀재-그런 면에서는 강철의 대원수하고도 통하는 게. 심심할 때마다 포스팅 하는 거지만 라브렌티 베리야의 가장 걸작인 아첨은 바로 바르바로사 작전 전날에 있었지 말임다-

    음...그리고 취향이라는 미명하에 이단에 빠지는 것 또한 옳은 일이라 할 수 없습니다!!!!(얘네 둘 나이 차이가 몇 이더라...)
  • 연성재거사 2018/01/17 16:52 #

    에 근데 일단 숙청당한 내준신의 스킬이 다음인가 다다음편인가에 정말 제대로 서술됩니다.(.....)
  • 해색주 2018/01/20 23:16 #

    관리자로서는 개별 사안에 대해서 다 의견을 주고 피드백을 주며 지적질을 하는 충신보다, 그냥 닥치고 하는 신규 인력이 훨씬 더 편합니다. 꼬장꼬장 하고 말만 번지르르 하며 실무 능력도 없고 뻣대는 과거 출신 신하보다는 말잘듣고 실무능력 뛰어나며 죽도록 일하는 "환관"이 임금 입장에서는 더 낫지 않나 싶습니다. 중국의 경우, 황제의 권한이 강하면 강할수록 나라가 개판이어서 황제의 지위가 위험하면 위험할 수록 환관의 지위가 강해지죠. 전자의 경우는 명나라가 후자의 경우는 남송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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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역사학 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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