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문제 몇개 더 잡담

솔직히 말해서, 나는 이쪽 전공자도 아닐 뿐더러, 핵이나 원자력공학을 사랑하는 사람도 아니다. 원전으로 대한민국 도배해서 대핵민국 만들자는 것도 아니고, 친환경이 아무리 효율이 낮다고 해도 R&D 투자해서 키울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하지만 탈핵 정책 하나만으로도 나는 이번 정부의 생각 없는 아마추어리즘에 학을 떼 버렸다.

애당초, 원자력 발전 문제는 대통령이나 시민위원회 "따위"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표현이 좀 심하다고 할 분들이 있겠지만, 여기에는 민감한 사안을 포함한 몇가지 얘기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전문적인 부분에 관해서는 개인적으로 아는 원자력공학과 분의 자문을 구했다.

1.  한국은 상업용 원자력 산업에서 세계 최고급을 자랑하는 국가. 서방에서 원전을 운용하는 나라는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한국, 캐나다가 있다. 그런데 독일과 영국은 원전 포기 후 프랑스의 아레바로 합쳤는데, 아레바는 경영난으로 엉망이 되었다.(...) 미국은 카터 이후 핵심 이외의 기술은 포기했고, 캐나다는 중수로 전문인데 문제는 이 중수로가 인도의 핵실험 이후 핵 확산의 주범으로 지목되었다.(...) 일본은 안 그래도 가격도 비싼 참에 후쿠시마 크리.(....) 결국 서방진영에서 원전을 제대로 굴릴 수 있는 나라가 한국밖에 안 남았다. 그런데 한국이 탈원전 해 버리면 세계 원전시장에서 주도권은 러시아와 중국이 쥐게 되는데, 이게 얼마나 끔찍한지 설명이 필요한 분?

2. 제조업 국가이면서 원전 수주하는 나라 입장에서도 이 발상은 끔찍하긴 매 한가지. 이게 현실로 벌어지면 한국 입장에서는 정말 악몽임. 제조업과 중공업 전체로 파급효과가 벌어지게 된다. 그것도 두산, 현대 등 핵심기업들로. 전기 요금 문제 때문이 아니다. 한국의 원자력 산업은 한국 내 기업들이 원전 부품을 수주하는 형태였는데, 산업을 이런 식으로 중단해 버리면 10조+a의 돈이 밀릴 것으로 예측. 아무리 해당 기업들이 거대 기업들이라 해도 10조원+ a 가 밀리면 유동성 위기가 안 벌어지고 베기나. 실제로 그런 식의 유동성 위기로 조선업은 휘청대는 중.

3. 지금까지 쌓아놓은 원전기술 다 죽는다고 하니까 수출지원 내밀었다는데, 저번에도 말했지만 애당초 원전은 수출할 때 그것이 자국에서 운용이 되는지가 중요한 안전검사 척도. 자기들도 안 쓰는 원전을 팔겠다고 하면 결재해 줄 나라가 어디? 어디서 약 파냐는 소리 안 나오면 다행이지

그리고 원전 수출이 성사되려면 그냥 "지원하겠다"는 식의 수사적 노력은 아무 소용이 없음. 원전유치를 적극적으로 로비하기 위해서 "특별정상회담"을 할 정도의 노력이 필요. 그런데 그럴 생각은 있으신가?

4. 애당초 원자력 물질 자체가 사단이 나면 그 여파가 한 국가뿐만이 아니라 주변국 및 지구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기 때문에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생각 이상으로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다. 즉,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대통령 직속이지만 행정부 입법부에 반쯤 독립시켜서 국내기구와 국제기구 중간의 성격을 띄게 구성되어 있다.(이건 아마추어인 내가 말하는 것보다는 원자력안전위원회 사이트에 친절하게 안내 메뉴얼이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란다) 그렇게 해서 비전문가가 개입하는 것을 견제하여 안전을 보장하고, 국제기준을 맞추도록 한 것이다. 대통령이니 시민위원회니 난리를 쳐도, 결론적으로는 "토의를 거쳐 이유가 있다는 전제 하에 일시중단 90일 만 가능"한 게 현실. 변호사 출신이시라더니 이 법은 어쩌시고요?

5. 국무회의에서 원전 임시 중단 결정을 너무 졸속으로 내린 것 아니냐고 하니까 "20분 이상 회의했다"고 변명한 부분에서 경악. 한 번 인터넷에서 원전백서라고 검색해서 찾아보시길 바란다. 2016년 백서가 770쪽 가량 되는데, 이게 20분 회의로 결론이 나올 수 있는 사안인가 말이다. 원자력 산업과 관련된 사안들-안보부터 시작해서 한수원 및 한전의 구조 및 전력 수요 책정, 공급 설계 등등-을 모두 고려해서 20분 안에 제대로 회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 결론은 더 뻔해진다. 일방적 명령 식으로 회의가 진행되었다는 거지 뭔가.

6. 사실 위에서 판단을 잘못할 수야 있긴 하다. 이걸 막아주는 것이 관료와 참모진인데, 지금 굴러가는 모양을 보면 참모진으로는 yes맨이 포진하고, 관료말은 안 먹히는 필이다.(..................) 이쯤 오면 자신이 머릿속에 그리고 있던 것과 현실의 괴리를 깨닫고 고쳐야 하는데, 시민위원회라는 발상을 하는 것을 보면 여론몰이를 하려 드는 필이다. 아니 우리가 그러라고 503호 쫓아내고 선거했나?(.....................)

7. 현재 원전 산업은 중요한 분기점에 와 있는 것이, 20~30년 내로 전세계에서 수백기의 원전 수명이 끝남. 다시 말해 수백기의 해체 및 교체 수요가 있다는 것이고, 그 점에서 현재 원전산업은 미래가 창창한 OLED급 산업. 딱 20기만 한다고 해도 건설비는 1000억 달러이고, 이렇게 맡은 원전의 운영권을 한국이 맡게 되기 때문에 고용증대 효과도 적지 않다.

몇 편 주저리 주저리 썼다만, 원전 문제에서 전기 요금 정도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문제. 이건 전기 요금이 오르고 말고의 문제를 훨씬 뛰어넘는 외부효과와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사안을 20분 회의로 퉁치고, 시민위원회를 구성해서 묻겠다는 것을 보면 아직도 이 정권이 1년도 안 되었다는 것이 절망스러울 뿐이다.

뭐 OLED급 산업을 알아서 폭파하신다면야 소시민인 내가 뭐 할 말이 더 있겠는가. 그간 한국이 키워놓은 시스템과 국력이 실컷 실험되겠지 뭐 ㅇㅅㅇ

골때리는 야그를 정화할 막짤은 러블리즈의 짝두 수정이로 마무리 ㄳ

덧글

  • 별바라기 2017/08/26 17:53 #

    역시 원전을 빙자한 짝두 자랑....
  • 연성재거사 2017/08/27 12:58 #

    Is there any problem? ('ㅅ')
  • 대범한 에스키모 2017/08/26 17:59 #

    11년도인가 신고리 이후 원전 건설이 정지되거나 더이상 짓지 안되어서 더더욱 수출길이 막혀있죠.
    그런데 수출한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연성재거사 2017/08/27 12:59 #

    애당초 자국에서도 안 쓰는 원전 사줄 나라는 거의 없음 ㄳ
  • 대범한 에스키모 2017/08/27 14:11 #

    ㄹㅇ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17/08/26 18:00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7/08/27 13:06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聖冬者 2017/08/26 18:20 #

    아무리 탈원전이 유행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현실을 봐 가면서 하든 말든 생각해야 하는데 이렇게 졸속적으로 처리를 하는게 뭔지 모르겠습니다. 뭐 무학력과 다를 바 없는 머저리들은 무조건 우리 이니^^가 한다니까 뭐든지 옳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요.
  • 연성재거사 2017/08/27 13:05 #

    그정도까지 가면 달님교라고 해도 좋을 수준의 신앙레벨 ㅈㅈ
  • 디스커스 2017/08/26 19:06 #

    관료를 몹시 족치고 무시한다는게 이번 정권의 특성입죠.
  • 연성재거사 2017/08/27 12:59 #

    적폐타령 안 하면 다행 ㄳ
  • 알토리아 2017/08/26 19:08 #

    세계 원전시장 주도권을 중국과 러시아에 넘겨주는 대신 북한을 넘겨받겠다는 계획이라도 있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
  • 연성재거사 2017/08/27 13:00 #

    하지만 서방국가와의 외교관계 생각하면 가능성 0 ㄳ
  • 채널 2nd™ 2017/08/26 21:09 #

    이니찡은 뭘하든 옳티~ <-- (이거) 꼬우면, 너 일베충~

    (나라면 20 분이 아니라 ㅋㅋㅋ 2 분만에 "바로" 결론을 내려 줄 수 있지비~ 아니, 뭐, waste bin을 만들어, 건드리기 싫은 주제는 모아서, 모아서, 한번에 die 시켜불먼 ㅋㅋㅋ 2 초면 되겠.)
  • 연성재거사 2017/08/27 13:00 #

    그나마 20분이라는 시간이 보고받는다고 소요된 시간이 대부분 아닐까도 의심 중입니다.(.......)
  • fatman1000 2017/08/26 21:47 #

    - 5년 까지는 전기요금 인상 없다? 보고 그냥 웃었네요... 5년 뒤에 일은 전혀 생각하지 않으시는 분들께서 왜 자꾸 10~20년 이후 영향이 나타날 일을 조물딱걸지 못해서 안달인지 모르겠네요.
  • 연성재거사 2017/08/27 13:01 #

    정책들이 보면 죄다 임기 후는 생각 없는 모양 같습니다. 만약 그대로 밀어붙이면 본인까지는 그럭저럭 가겠지만, 그 X은 후임이 다 치워야 할 판국이 만들어지겠죠. ㄳ
  • 함부르거 2017/08/26 23:20 #

    관료들이 무시당하는 데는 그들 스스로의 책임이 없다곤 할 수 없습니다. MB, 503 따위의 터무니 없는 정책을 앞장서서 추진한 게 그들이니...

    헌데 MB와 503이 그런 전횡을 할 수 있게 만든 근원은 어디에 있냐면 노무현 정권 시절 만든 고위공무원단 제도에 있거든요. 1~2급 공무원을 전부 임기제로 만들어서 청와대에서 임명하니 고위공무원들이 청와대에 안 끌려갑니까? 그 밑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당연히 따라가게 되어 있고요. 공무원들이 말 안들으니까 그런 제도를 만든 건데 정작 그걸 쏠쏠하게 잘 써먹은 것은 MB와 503입니다. 그걸 이제 와서 공무원 탓을 하면... -_-;;;
  • 채널 2nd™ 2017/08/26 23:48 #

    이야, 원래부터 영혼이 없는 것들이었는데, 노무현이가 진짜로 ㅋㅋㅋ "대못"을 박아 버렸군요.

    (인차, 이니찡이 왕이 됐응께로 다시 한번 더 '고위 공무원단 제도'를 ㅋㅋㅋ 아주 잘 활용했으면 아조 볼만 하겠습니다, 그려~) ;;;
  • 연성재거사 2017/08/27 13:02 #

    터무니 없는 정책이라고 하기에는 의외로 멀쩡한 정책 많았습니다. 특히 경제 부분에 있어서는 독일을 롤모델로 굴러가는게 여러모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정권은 아이고 골아 (......)
  • 하얀어둠 2017/08/26 23:30 #

    제가 현 정부를 정말 싫어하게 된 원인인데 잘 정리해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이 정부가 원전에서만 이러는게 아니라 다른 정책에서도 저따구로 할게 뻔하니..
  • 연성재거사 2017/08/27 13:04 #

    이미 다른 분야에서 골고루 아마추어리즘 인증 중. 개인적으로 등산가서 막걸리 마시면서 썰 푼 수준으로 국정을 생각하는 거 아닌가도 의심됩니다.(...........)
  • 홍차도둑 2017/08/27 01:40 #

    무조건 반대로 가면 되는줄 아나봅니다 이번 정권은.
    체육,문화계쪽도 이건 대재앙의 연속이에요...-ㅅ-
  • 연성재거사 2017/08/27 13:03 #

    이럴려고 탄핵했나 자괴감도 듭니다.(......)
  • 존다리안 2017/08/27 13:37 #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도 탈핵이라는 목표가 있었는지 궁금하군요.
    그들은 딱이 말 없었던 것 같던데...
  • 연성재거사 2017/08/27 14:24 #

    김대중이 탈핵 생각하다가 전문가들 말 듣고 생각 고쳤습니다. 그런데 문재인은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으요.(..............)
  • 2017/08/27 18:34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7/08/28 10:08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Skip 2017/08/28 05:56 #

    20시간도 아니고 20분 이상.

    무슨 대학교 교양 과목 '제1강. 원자력의 이해' PT 조별 발표했다는건가
  • 연성재거사 2017/08/28 10:07 #

    그랬다간 날로먹는 발표로 교수님께 디스당하고 성적이 까이겠죠. ㄳ
  • 2017/08/28 16:06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7/08/28 16:5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abydos 2017/09/09 22:57 #

    의료쪽도 비슷하게 한건 했죠. 건강보험 비보험을 보험화 한다는 것인데.... 이것이 그렇게 쉬운것이 아니죠. 사실상 지금 현재 필수 의료는 거의 전부 보험화가 되어 있는 상태이고 다시말해 현재 비보험 진료는 상대적으로 필수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1,2인실 입원료, 도수치료, 특진료 등등.. 이걸 전부 필수 보험화 해버리면..

    건보재정은 한계가 있습니다. 이 한계 때문에 언제나 꼭 필요한 곳에 돈이 가도록 하고 조금 덜필요한 곳에는 그 다음에 생각해야 되는거죠. 보험으로는 다인실까지 커버 해주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1,2인실은 본인 돈 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건데.이런 덜 필요한 분야까지 건보 재정을 쏟아 버리면 어떻게 될지 간단한 계산만 해도.. 답이 안나옵니다.

    하긴 여기도 비슷하네요. 지금까지 건보공단에 쌓아놓은 흑자를 쏟아 부으면 5년 정도는 버틸수 있다고 계산이 나왔다고 하는데, 5년후는 다음 정권 일이니까 현 정권은 모르는 ??
  • 2017/09/10 01:48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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