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민주정 국가가 좋은 국가는 아니다 by 연성재거사

페리클레스와 안철수의 차이는? 파리13구님 블로그에서 트랙백

내가 설명한 군중의 결합인 전체 인민(populus), 인민의 구성체인 나라(civitas) 전체, 내가 이미 말한 것과 같이 인민의 소유물인 국가(res publica) 전체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계획에 의해서 지배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 계획은 우선 어떤 원인이 도시를 창출했는지에는 언제나 연관되어야 합니다.
그런 연후에 계획은 한 사람에게, 선발된 몇 사람에게 위임되나, 군중 및 전체가 떠맡든지 해야만 합니다. 따라서 모든 것의 총화를 한 사람이 장악하고 있을 때 우리는 그 사람을 왕이라고 부르며 그의 국가 상태를 왕정이라고 합니다. 한편 선발된 자들의 수중에 있을 때, 그 도시는 최선량들의 의사에 따라서 통치된다고 합니다.* 인민에게 모든 것이 있는 것은 민주정 국가이며 실제로 이렇게 불립니다.......(후략)......
(『국가론(De Re Publica)』1.26.41~42)
* 쉽게 말하면 과두정이다.

나는 제4의 종류의 국가가 가장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먼저 이야기한 세 가지 종류의 국가에서 견제되고 뒤섞여져 생긴 것입니다.
(『국가론』 1.29.45)

세 가지의 원초적인 국가의 종류 중에서, 내 생각에는, 왕정이 훨씬 뛰어난 것이기는 하나, 국가의 세 양식이 평균화되고 적절히 절제된 것이 왕정 그 자체보다 앞설 것입니다. 실제 그런 국가에서는 왕처럼 군림하는 자가 있을 수 있으며, 또한 제일시민들이 권위를 부여받고 할당받는 것이 허용되며, 군중의 판결과 의사에 종속되는 것이 일부 있을 수 있습니다. 이 국가체제는 우선 어떤 큰 동등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없다면 사람들은 더 이상 자유롭기가 어렵습니다. 이어서 강고함도 지니고 있지요. 그 이유는 왕에게서는 전제자가 나오고, 최선량들에게서는 붕당이, 인민에게서는 소요와 혼란이 생기는 것처럼, 원초적인 정치체제는 쉽게 정반대의 결함 속으로 향하기 때문이며 또한 각 종류는 종종 새로운 것으로 바뀌어버리는 데 비해, 연결되고 또 적당히 뒤섞인 이 국가체제에서는 앞선 정치체제들의 큰 결함이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진실로 각자가 자신의 등급에 따라서 굳게 고정된 곳에서는 정체변화의 이유가 없으며 조만간 몰락하거나 쇠퇴하지 않을 것입니다.
(『국가론』 1.45.69)

플라톤이나 투퀴디데스의 기술이 과장된 측면을 보여주긴 했지만, 민주정이라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왕정이나 과두정 못지 않은 실책은 민주정에서도 보여진다.
키케로는 단편적으로 남은 것이 엮여져서 읽기 꽤나 어려운 책인 『국가론』에서 최선의 국가는 왕정과 과두정, 민주정이 혼합된 체제라고 주장한다. 키케로의 이 말은 현대 정치 체계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민주정을 기반으로 하지만, 대통령제와 사법체계를 통해 왕정과 과두정의 요소를 혼합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정치의 기본이 민주주의라고 해도 국민에게 물어 볼 부분이 있고, 물어봐서는 안되는 부분이 있다는 뜻이다. 더더욱이 사법/외교/군사 등 전문성이나 국가의 대표성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자신의 전문성과 소신을 가지고 판단을 하는 것이 정상이다. 실제로 그러라고 국가의 요직을 맡기는 것이고. 이번과 같은 국가의 중요한 사안에 대해 "국민의 뜻을 묻겠다"고 하는 것은 "민주정의 이름을 팔아서 (무슨 결과가 나오든지) 나는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소리밖에 안된다.

덧: 이렇게 말하면 "국민은 몇년에 한 번씩 선거할 때만 왕인거냐?"라고 하는 사람들, 분명히 나온다. 그런데 그게 정상이다. 대중 모두가 정치/사법/외교/군사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나 국가 운영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를 전문적으로 맡을 사람에 대한 선출권만 민중에게 있는 것이다. 물론 그 국민이 덕망과 지식, 비전이 있다면 직접 출마할 수 있는 것이고.

복잡하고 욕먹기 딱 좋은 얘기는 집어두고, 막둥이 짤로 마무리 ㄳ

덧글

  • 을파소 2016/07/11 01:18 #

    1%를 바라보는 어느 공무원처럼 99%의 국민을 개 돼지 취급해선 안 되지만, 모든 걸 국민이 결정하게 해서도 안 되죠. 말씀대로 전문가가 아닌 다수 국민이 전문적인 문제를 여론이나 기분에 이끌려 결정해선 안 되니까요.
  • 연성재거사 2016/07/11 20:45 #

    민중의 의견이라고 해서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 대한제국 시위대 2016/07/11 01:35 #

    브렉시트 국민투표 사례를 보면...(...) 전문지식이 필요한 국가정책 결정을 보면 국민에게 맡기는게 위험하긴 합니다. 전투기 기종결정만 해도 닥치고 유파나 수호이 외치는 닝겐들 보면 과연 생각이라는게 있는지 의문(...).

    뭐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정치를 하는건 정치발전과 국익을 위해 필요하겠지만 말이죠ㅡㅅㅡ
  • 연성재거사 2016/07/11 20:46 #

    그러니까 아무 사안이나 국민투표 하자고 하면 안되는 겁니다. 특히 외교나 국방처럼 다른 나라와의 신뢰가 얽힌 사안은 더더욱......-_-;;;
  • Mr 스노우 2016/07/11 01:42 #

    민주정이었던 아테나이도 충분히 엘리트 시민의 전문지식을 잘 활용했다는 것이 현재 학자들의 주장인데요...
    아테나이 민주정에서 발생한 몇몇 실책들을 가지고 민주정체가 좋은 정체인지 아닌지를 판단한다면 과연 좋은 정체라고 불릴 수 있는게 역사상 존재할 수 있을지 심히 의심스럽습니다.
  • 2016/07/11 20:5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로자노프 2016/07/11 14:31 #

    근데 관료나 국민이라기 보단 특정 세력이라고 지칭해야 될 세력들이 정국을 농단할 경우 벌어질 대참사들도 역사 속에서는 너무 많이 보이죠. 특히 근현대에 그런 사례들이 비일비재했고... 더군다나 2차대전 이후 교육으로 전반적인 국민들의 교육 수준도 나름 높아진 편인지라 전 선거가 아닐 때도 국민들의 발언권이 증대되고 해서 특정 세력들이 정국을 농단하는 걸 강력하게 견제하는 시스템이 갖추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 연성재거사 2016/07/11 20:53 #

    정체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check & balance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 대상이 1인자이건, 관료이건, 심지어는 국민이라 해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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