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뒷세이아』-영웅의 귀환을 노래한 서사시 by 연성재거사

투퀴디데스가 말했듯이, 초기 그리스인들은 해양활동을 통해 성장했다. 좋게 말하면 해양활동이고 나쁘게 말하면 해적질 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의 주인공인 영웅 오뒷세우스는 바로 그 해양활동을 하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바닷길을 통해 트로이 원정에 참전하였고 승리하였으나, 그를 기다리고 있는 귀향길은 더욱 험난하다. 고대인들에게 바다는 미지의 세계인 동시에 험난한 장소였다. 에게해 주변의 수많은 섬들에 무엇이 있는지는 아무도 몰랐고, 그것은 사람들의 호기심과 공포를 동시에 일으키는 소재였다. 그리고 여기서 영웅의 모험을 담은 서사시가 시작된다.

주인공 오뒷세우스는 아티케의 왕이지만, 동시에 최고의 선원이기도 하다. 머리만 명민한 것이 아니라 손재주도 좋아서 혼자의 힘으로 자신이 타고 갈 뗏목을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그의 지혜로운 머리는 철저히 현실적인 사고로 굴러간다. 가령 폴뤼페모스라는 퀴클롭스(외눈박이 거인괴물)에게서 빠져나오는 이야기를 보자. 이 이야기에서 오뒷세우스는 사람을 잡아먹는 폴뤼페모스의 동굴에 갇히게 되는데, 폴뤼페모스가 자신의 가축들에게 풀을 먹이기 위해 잠시 동굴 문을 여는 시간을 제외하면 동굴 문은 커다란 돌로 닫겨있다. 여기서 오뒷세우스의 기지가 발휘된다.

폴뤼페모스를 단번에 죽인다→동굴 문을 열 방법이 없다→선택에서 제외
마침 동굴에 거대한 몽둥이가 있다→저걸로 놈의 눈을 멀게 만든다
눈이 멀면 다른 퀴클롭스에게 도움을 요청할 것이다→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도록 만들면 된다
동굴에서 나가는 것은?→가축을 이용하면 된다→Profit!

오뒷세우스는 이 과정을 착실히 실행한다. 폴뤼페모스가 나간 틈을 이용해서 몽둥이를 날카롭게 깎고, 가져왔던 포도주를 폴뤼페모스에게 대접한다. 이때 오뒷세우스는 자신의 이름이 "아무것도 아니"(Οὖτίς. 영어로는 Nobody)라고 이야기해 둔다. 폴뤼페모스가 술에 취해 잠들자 오뒷세우스는 미리 준비해두었던 말뚝으로 그를 찌르고, 가축을 이용해 무사히 동굴을 빠져나온다. 폴뤼페모스가 고통에 다른 퀴클롭스들을 불렀지만, 오뒷세우스가 자신의 이름을 "아무것도 아니"라고 해 두었기 때문에 다른 퀴클롭스들은 그대로 돌아갔고, 오뒷세우스는 위험을 넘긴다.

오뒷세우스가 폴뤼페모스를 찌르는 모습이 묘사된 그리스 도기

* 가끔 사람은 자기가 생각해도 비상한 생각을 내 놓으면 들뜨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 오뒷세우스가 그랬다. 다른 퀴클롭스들을 통해 폴뤼페모스의 아버지가 포세이돈이라는 것이 이야기되었지만, 오뒷세우스는 도망치면서 폴뤼페모스를 조롱하는데 그 과정에서 실명에 주소까지 다 말했고, 결과적으로는 이 때문에 포세이돈의 분노를 사면서 귀향길에 더 고생하게 된다.-_-;

그의 현실적인 사고는 뗏목을 타고 가다가 포세이돈에 의해 바다에 빠졌을 때에도 보인다. 오뒷세우스는 뗏목을 타고 칼륍소와 헤어져 고향으로 가던 도중 포세이돈에 의해 풍랑을 만나게 되고 뗏목은 난파상태가 되어 버린다. 이때 그를 불쌍히 여긴 바다여신 이노 레우코테아*는 불멸의 머릿수건을 오뒷세우스에게 건내주면서 옷을 벗어버리고 헤엄쳐 가라고 충고한다.
* 원래는 이노라는 이름을 가진 인간이었는데, 디오뉘소스의 어머니 세멜레와 자매지간이었다. 디오뉘소스를 돌봐주었는데 이에 분노한 헤라는 이노와 그녀의 남편을 미치게 만들었다. 이노는 아들 멜리케르테스를 안고 바다로 뛰어들었는데, 레우코테아라는 바다여신이 된 것이다.
하지만 오뒷세우스는 고민끝에 이렇게 판단한다.

아아, 괴롭구나! 그녀가 나더러 뗏목을 떠나라고 명령하니
불사신 중 어떤 분이 또 음모를 꾸미시는 게 아닌지 두렵구나.
나는 아직은 그 명령에 따르지 않을 거야. 나의 피난처가 될 것이라고
그녀가 말한 뭍은 내가 보기에 아직은 멀리 떨어져 있으니까.
나는 이렇게 할 작정이야. 그것이 내게는 상책인 것 같아.
선재들이 나무못으로 튼튼히 결합되어 있는 동안에는
이곳에 머무르며 고통받더라도 참고 견딜 거야.
하지만 파도가 뗏목을 산산이 박살내면 그때는 곧바로
헤엄칠 거야. 그때는 더 나은 방법을 생각할 수 없으니까.
(『오뒷세이아』 5권 356~364행)

신앙이 있는 사람이지만, 오뒷세우스는 신보다는 자신의 관찰력과 판단력을 먼저 신뢰하고, 그 가운데서 자신에게 합리적인 방법을 택하는 현실주의자이다. 그는 어려움을 겪는다 해도 아티케로 돌아갈 운명이긴 했지만, 그가 귀향할 수 있었던 데는 이런 지혜가 작용했다는 것이 은연중에 서술된다. 그것이 그를 지혜로운 영웅이라는 인상을 남기게 해 준다.
(이런 오뒷세우스를 괴롭히는 존재가 포세이돈(바다의 신)이고, 돕는 존재가 아테나(지혜의 여신)라는 점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는 아티케의 왕이자 지혜로운 영웅이지만, 동시에 오뒷세우스는 한 집안의 가장家長이다. 이런 점에서 오뒷세우스의 이야기는 가족을 둔 선원들의 이야기를 대변하기도 한다. 그는 트로이로 떠나면서 아내 페넬로페와 어린 아들을 두고 떠나왔다. 하지만 많은 선원들이 그랬듯이 그의 귀향 여정은 길어졌고, 새로 도착한 곳에서 다른 여인을 만나 인연을 맺게 된다. 고향에 남은 아내보다 젊고, 아름다운 여인과 말이다. (『오뒷세이아』에서는 아예 여신(칼륍소)으로 서술되어 있다)
그러나 다른 인연을 맺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해도,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멈출 수 없다.

존경스러운 여신이여......(중략)......
사려 깊은 페넬로페가 생김새와 키에서 마주보기에
그대만 못하다는 것은 나도 잘 아오.
그녀는 필멸하는데, 그대는 늙지도 죽지도 않으시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집에 돌아가서 귀향의 날을
보기를 날마다 원하고 바란다오. 설혹 신들 중에
어떤 분이 또다시 포도줏빛 바다 위에서 나를 난파시킨다 해도
가슴속에 고통을 참는 마음이 있기에 나는 참을 것이오.
(『오뒷세이아』 5권 215~222행)

그렇게 오뒷세우스는 역경 끝에 고향에 돌아온다. 그가 없는 동안 그의 집안은 난장판이 되어버렸다. 오뒷세우스의 재산과 페넬로페의 미모 때문에 구혼자들이 몰려들었고, 이들은 그의 집을 들쑤셔놓았다. 이런 상황에서 온갖 고생을 한 오뒷세우스를 알아보는 존재는 단 둘. 어릴 적부터 그를 모신 유모와 그의 충직한 사냥개이다.

유모가 다리에 난 흉터를 보고 오뒷세우스라는 것을 알아보는 장면이 그려진 그리스 도자기

하지만 포세이돈의 방해를 이겨내고 고향에 돌아온 오뒷세우스이다. 그는 아테나(지혜의 여신)의 도움으로 구혼자들을 물리치고 자신의 가정을 되찾는다.

니들이 나 없는 동안 온갖 난리치면서 내 아내 괴롭혔다며?

이런 점에서 보면 그는 단순히 뱃사람들의 영웅이 아니라, 가정을 지켜낸 영웅이기도 하다. 역경을 이겨낼 지혜를 갖추고 승리한 선원인 동시에, 고난을 이겨내고 마지막으로는 가정을 지켜낸 영웅-이것이 『오뒷세이아』와 오뒷세우스에게 생명력을 불어넣고, 감동을 주는 요소로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덧글

  • asianote 2015/12/19 22:02 #

    독서하는 처자는 천하에 으뜸가는 여성동지로 배필로 삼을 만 합니다!
  • 연성재거사 2015/12/19 22:50 #

    그렇게 여기 방문하는 사람들을 에이핑크나 러블리즈 덕후로 만들어........(고만해 이 아저씨야!)
  • 위장효과 2015/12/20 12:17 #

    그런데 왜 님은 유일한 여신님을 배반한 겁니까????????
  • 연성재거사 2015/12/20 17:04 #

    이분 또 시작이시다 ㅡㅅㅡ
  • 위장효과 2015/12/20 17:13 #

    백종원의 삼대천왕에 게스트로 나와서 백설명과 먹선수의 먹방보면서 "오~~~~"하던 모습을 보니 여기 배교자가 떠오르더라는...

    이단을 처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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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역사학 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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