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권력은 반드시 타락하는 법 by 연성재거사

본래 뜻은 아니다만, 뭔가 어울린다?에서 셀프 트랙백

내가 트랙백한 원 글에서 언급된 남조南朝 송宋나라의 전폐제前廢帝 뿐만 아니라 남북조 시기 황제들을 보면 막장행각을 보인 황제들이 많다. 나중에 청나라의 조익趙翼이 『이십이사차기二十二史箚記』에서 따로 「송나라와 제나라에는 방탕한 군주가 많았다[宋齊多荒主]」는 편명을 써서 남조의 황제들의 막장 사례를 얘기했지만, 좀 더 보면 북조北朝의 황제들도 만만치 않았다. 북제北齊의 문선제文宣帝와 그의 동생 무성제武成帝의 막장 사례도 만만치 않다. 오죽하면 일본의 중국사학자 미야자키 이치사다[宮崎市定](1901~1995)는 "중국의 긴 역사를 볼 때 남북조시대만큼 어리석고 우매하며 음탕한 천자가 많이 출현한 시대는 없었다"*고 까지 했을까.
* 『수양제』(미야자키 이치사다 지음. 전혜선 옮김. 역사비평사. 2015) p.18

그런데 이 때 아니더라도 대책없는 황제들의 열전은 쓰여졌다. 대표적인 나라가 명明대였다. 16명의 황제들 중 제대로 일을 한 황제는 3명 정도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제대로 일을 안했다. '파업황제'로 이름높은 신종 만력제가 악명높긴 하지만 세종 가정제, 영종 정통제 같은 사례를 보면 명나라의 막장도 만만치 않다. 이것이 대륙의 기상 그냥 남북조 시대에 사이비 도교가 유행하면서 막장성이 좀 더해진 정도로 느껴질 정도다.-_-;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까? 그 이유는 황제에게 지나친 권력이 집중되었기 때문이었다. 고대 중국에서 일반 백성들은 지위가 매우 낮아 아무 발언권이 주어지지 않았고, 황제전제정치 하에서 항상 계엄령이 내려진 시기였다. 관료 집단이 되는 귀족들이 있긴 하지만, 이들에게는 군사력이 없었다. 계엄령 주체로서 군대를 움직이는 총책임자가 천자였기 때문이다. 그나마 일반행정과 관련된 일들은 귀족 출신 대신들이 참여하지만, 황제 개인의 행동은 황제 자유였고 이를 견제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이러다 보니 '똘끼' 좀 있는 인물이 황제가 되었을 때 벌어진 일은 상상을 초월했다.ㅡㅅㅡ

명나라도 만만치 않았던 것이, 명나라는 아예 승상제도가 없어진 상태여서 황제의 생활에 "잔소리"라도 할 존재가 없었다. 만력제 초반에 장거정의 치세가 효과가 있었던 것도 '마마보이'였던 만력제가 태후 말을 들었기 때문이지만, 이런 것은 굉장히 예외적인 경우이다. 그나마 일을 좀 했던 황제들과 장거정이 만들어 놓은 제도들의 약빨 덕분에 명나라가 200년 넘게 존속했던 것일 것이다.-_-;

내가 중국사에서 느낀 것은 견제받지 않는 절대권력은 반드시 타락한다는 것이다. 이를 염려했던 동중서는 현대인들에게는 설득력 없게 들리는 천인감응설까지 얘기하며 황제에게 충고했지만, 제도와 구조가 뒷받침 되지 않은 이념적 경고는 종이호랑이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뱀발: 중국 황제들의 엽기적 행각은 워낙 충격적인데, 비싼 등록금 받고 사학과에서 저런 얘기 읽고 앉아 있다고 하면 사학과 폭파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가끔 들기도 한다. 뭐 그거 아니더라도 역사를 뒤지면 막장행적은 많이 나온다만..........-_-;

덧글

  • 레이오트 2015/06/18 23:07 #

    1. 중국 황제가 괜히 하늘의 아들(= 신의 아들)이라고 불린게 아니지요.
    2. 그래도 평균 이상으로 유능한 황제가 나오면 중국은 인류문명사적인 업적 달성을 하지요.
    3. 견제와 균형 면에서 붕당 정치가 나름 제대로 된 기능을 한 점은 인정하지만, (국가통치이념이 걸렸다지만) 상복 입는 기간 가지고 항쟁이나 하던 시점에서 제대로 글러쳐먹기 시작했죠.
  • 연성재거사 2015/06/19 10:51 #

    1. 단순한 '하늘의 아들' 정도가 아니라, 그냥 지상신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2. 중국의 인류문명사적 업적은 단순히 유능한 황제들 덕분이 아닙니다만?
    3. 그리고 예송논쟁이 그렇게 간단하게 얘기할 성격이 아닙니다만?
  • 레이오트 2015/06/19 11:25 #

    1. 하기사 지금도 어마무시한 중국 대륙을 다스릴려면 신 레벨은 되어야죠.
    2. 환관들도 무시하면 안돼죠. 채륜도 그렇고 정화도 그렇고 말이죠.
    3. 각 붕당이 각 예송논쟁마다 내세운 상복입는 기간이 신권 우선이냐 왕권 우선이냐를 상징하는 것이었으니까요. 정치라는 분야에서 SYMBOL이 가지는 의미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가기는 갑니다.
  • 로자노프 2015/06/18 23:22 #

    1. 어디보자 주원장은 제대로 일한 편이고 건문제는 솔직히 일 할 상황이 아니었고... 나머지 2명은 누굴 말하는 건가요? 영락제랑 숭정제랑 홍치제 이 세 명 중에 2명일려나요?

    2. 그러고 보니 명나라에 대간 같은 존재가 있었던가...
  • 위장효과 2015/06/19 00:20 #

    1. 글쎄요. 주태조말고 영락제, 선덕제, 그리고 홍치제 정도? 가정제는 도대체 왜! 묘호가 세종인지 정말 이해가 안되고...

    2. 중국 왕조에서 조선 시대 삼사와 같은 파워풀한 대간이 존재한 적이 있기나 했었는지...함 봐야 할 일입니다. 삼사의 수장-대사간,대사헌,대제학-들은 재상급의 권력과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고 이성무 교수님은 쓴 적이 있죠(그러고 보니 이 집도 참 호부견자...)
  • 연성재거사 2015/06/19 10:45 #

    로자노프/

    1. 밑에 위장효과님이 말씀 하셨네요. 그런데 그 3~4명 정도 빼면 뭐......

    2. 그쪽도 감사 기관은 있는데, 얘들도 황제를 막을 수가 없으니 뭐.......-_-;

    위장효과/

    1. 조선과 청의 '세종'과 참 비교되는 부분입니다. (...)

    2. 안그래도 조선은 3사의 청요직을 거치지 않으면 당상관 이상으로 올라갈 수 없고, 이들의 탄핵이 날아온 순간 모든 업무를 정지해야 했으니 그들의 권력과 비중이 결코 작지 않았죠.
    그리고 그 집안 얘기는.......(읍읍읍!)
  • 셰이크 2015/06/19 00:48 #

    한편 무뇌정치를 가능하게 만들어놓고 간언에 대해서도 들으려는 자세가 전혀 없었던데다 서슬은 쓸데없이 시퍼런 명 왕조 쇠퇴기에 해서같은 '똘끼(?)' 충만한 사람이 거듭 승진하며 천수를 다한것도 재미있는 일입니다. 명나라 제일의 운좋은 사람 아니었을까 하네요.

    그리고 보니 강희는 명조의 황제중에 홍무, 영락, 선덕을 꼽았군요. 최악으로 꼽은 만력, 태창, 천계는 제사에서도 빼는게 좋겠다고
  • 연성재거사 2015/06/19 10:41 #

    해서는 비슷한 시기 장거정이나 척계광의 결말을 생각하면 운이 좋은 편 아니었나 싶습니다.

    뭐 그래도 만력제는 조선에서 잿밥 차려주니 상관 없지 않았겠습니까. (야!)
  • 2015/06/19 01:03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5/06/19 01:58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물의백작 2015/06/19 01:17 #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란, 엄밀성을 포기하고 묘사를 취해보면 폭주기관차죠 ㅎ 아무리 권위적 구조가 중요시되는 사회라고 해도 최소한 엘리트집단으로라도 이루어진 심의/의결 기구를 통한 일종의 합의적 성격은 지니고 있어야 장기적인 비전이 보이는 법이라.. 만력태정이 이런 점에서 진짜 '절대권력'이 어떻게 파급효과를 가질지 잘 보여준 예화라 할 수 있겠군요.
  • 연성재거사 2015/06/19 10:39 #

    아무리 역사에서 개인이 미치는 영향력이 한계가 있다 해도, 그 개인이 권력을 쥐고 사회를 바꾼다면 얘기가 달라지는데 중국은 그걸 제어할 방법이.......-_-;
  • 대한제국 시위대 2015/06/19 01:19 #

    중화인민공화국은 어쩔려나요..... 중화민국은 그래도 민주주의가 정착됐는데 중공은 일당독재에 반대세력은 숙청이니;;;
  • 레이오트 2015/06/19 08:31 #

    중국이라는 국가가 수천년 전부터 이어온 제국 MEME을 가졌는지라 쉽지 않으리라 봅니다.
  • 연성재거사 2015/06/19 10:46 #

    현대 중국도 일당독재로 악명 높죠-_-;
  • 역사관심 2015/06/19 10:20 #

    러시아는 이제 곧.....
  • 연성재거사 2015/06/19 10:38 #

    그 동네도 뭐 제정-소련 시기 1인 집권의 유구한 전통이......-_-;
  • 존다리안 2015/06/19 12:48 #

    네로나 칼리굴라는 저리가라였군요.
    어쩌면 좀 황권이 약하다 싶던 로마가 차라리 나아 보이기도 하고요. 오현제라는 위대한 위업도 있고....
    (오현제 이후가 문제라 그렇지...)

    조선도 이렇게 보면 헬조선은 아니었던 셈이네요. 왕권을 신권이 나름대로 견제하는 분위기였다니...
    아이러니하게도 조선의 쇠퇴 시작이 탕평책 이후 왕권을 견제할 신권이 약화된 시점으로 보는 시각도 있더군요.
  • 연성재거사 2015/06/19 13:17 #

    실제로 영조가 이조전랑의 권한을 줄이고 당쟁 구도를 개편하면서 신권이 많이 줄어듭니다. 대신 왕권이 강화되었는데, 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사이 외척이 그 공백을 메워서 벌어진 게 세도정치입니다. ㅡ.ㅡ
  • 행인1 2015/06/19 23:23 #

    '견제와 균형'이란게 무시할 수 없는거군요.
  • 연성재거사 2015/06/19 23:33 #

    동서고금에 통하는 권력의 법칙이죠.
  • 위장효과 2015/06/20 00:51 #

    1. 그러고보니 조선과 청의 두 세종은 지독한 워커홀릭으로도 유명하죠.

    2. 러시아는 로자노프님이 좋은 포스팅을 연재중인데, 초기 키예프 러시아 시절이나 노브고로드의 민주정의 역사를 보면 그 이후 독재정의 유구한 전통과 동시에 그 독재정을 유지하는 장치들을 유지발전해온 모습하고 너무 대비가 된단 말이죠(러시아 비밀경찰의 역사는 진짜 오래됐으니.)

    3. 화양서원과 만동묘 있던 곳이 충북에서도 절경중 하나로 꼽히는 곳입니다.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당시 문 닫았은 후 터만 남았지만 지금은 건물들이 다시 복구된 상태. 화양구곡이 속리산 국립 공원 지역의 북쪽 등산로 초입에 위치하고 있는데다가 화양 구곡중 경천벽과 운영담 근처는 물이 많은데다가 깨끗해서 여름철에 청주 일대 사는 사람들이 물놀이하러 가는 곳이거든요^^;;;. (청주 살때는 진짜 심심하면 갔는데 "여기가 바로 만동묘였구나!!!!"하고 놀랐음. 게다가 이인좌의 난하고 연관된 인물들이 배향된 표충사가 청주 시내에 있고 흥덕사터도 있어서 나름 볼 거리는 있는 동네)

    보면 자기 고향에서는 제삿밥 못 얻어먹은 대신 만력제는 남의 나라에서도 절경에 자기 사당이 자리잡고 근 400년가까이 제사지내줬으니 생전에 일은 죽어라 안한 인간이 죽어서 대접은 잘 받았죠^^(지조재은이라 할 만하긴 하지만)
  • 연성재거사 2015/06/21 20:14 #

    1. 그리고 신하들은........(이하생략)

    2. 러시아도 독재정이 진화해 온 국가죠. (유구한 KGB.......-_-;)

    3. 나름 보면 조선판 덕질의 끝판이죠.

    명 신종의 친필을 얻어다 새겨놓음-싸인 좀......
    물놀이 장소를 성지로 만들어 놓음-앞으로 여기가 우리 MT 장소다. ㄳ
    사당을 짓고 제사를 지낸다-덕밍아웃

    덕질의 유구한 역사 아니겠습니까.(퍽)
  • Jay 2015/06/20 17:06 #

    프랑스가 전제군주제로 루이 14세 시기가 지나자마자 망한 것이랑, 영국 왕실이 지금까지 존속하는 것도 비슷한 이치인 것 같음.
    나는 절대권력이 반드시 타락한다기 보다... 절대 권력이 있으면 예산이 왕실 기준으로 쓰여서 과도한 조세로 이어진다. 라고 생각해.
    이를테면 프랑스가 망한 이유도 유럽의 패권을 쥐고 있다 보니, 그것의 유지를 위해서 과도한 군비 지출로 추가적인 조세징수+귀족 인구 증가이고,
    영국이 망하지 않은 것은 찰스 왕의 전쟁에 귀족들이 들고 일어나서 법치 질서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하더라구.

    https://www.youtube.com/watch?v=FfSfl8l6a6s&list=PL78bwWKJM5YdJviu6tl_PFq5NWUAeccIP
    여기서 봄.

    <페더럴리스트 페이퍼>에서는 이성 보다는 '이해관계','열정' 즉 이익 추구를 이용해서 삼권분립 같은 상호견제 질서를 이야기하는데, 몸테스키외도 입법 사법 행정이 서로 겹치면 오남용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고 이야기하네, 자의적 법 제정이나, 자의적 법 해석, 자의적 법 집행.. 이런 것 같다.

    근데, 음모론(?)적 의문점인데, 광해군도 광해군 일기 수정 이전본이랑 서로 내용이 다르고, 네로가 실제로는 미치광이가 아니었다는 설도 있는 걸 보면 역사서에 그려진 "주지육림" 같은 패악질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이건 마치 푸른 기와집의 그 분께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첨단 정보기술의 총체(?)라 할 수있는 네이버 뉴스를 봐도 도통 짐작하기 어려운 것과 같음... 사관의 역사서에 인물이 포악스럽게 조작될 가능성은 없어?
  • 2015/06/21 20:20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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