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의 장계 별책 『충민공계초』와 관련된 간단한 글 by 연성재거사

얼마 전 이순신 장계 별책이 발견되었다는 뉴스[링크]가 나온 것과 관련해서 간단하게 얘기를 하자면, 사실 해당 장계의 내용은 이미 다 알려져 있었다. 고故 조성도 교수의 『임진장초』(이순신 저. 조성도 역. 연경문화사. 1992)에 보면 이런 얘기가 있다.

현충사에 보존되어 있는 또 다른 한 책의 장계 초본(狀啓草本)에는 1594년 2월 15일의 계본을 필두로 하여 1594년 4월 20일 계본을 끝맺고 있는 것이 12편이 수록되어 있으므로........(후략).......
(『임진장초』 《임진 장초 해설-머리말을 겸하여》 p.4)

여기서 말한 "장계 초본"이 어떤 체제의 책인지는 아무런 말이 없다. 앞부분에는 현재 남아있는 『임진장초壬辰狀草』(『난중일기』 초본과 더불어 국보로 지정되고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필사본)에 대한 해설이 붙은 데 비해 별책에 대한 해설이 없는 것은 이 유물이 필름으로만 전해졌기 때문이다.
(조성도 교수의 번역본에는 번역만 실려있고, 최두환 중령이 집필한 『충무공 이순신 전집』(최두환. 우석출판사. 1999) 3권에 번역문과 원문이 실려 있지만, 역시 자세한 얘기는 없다. 그냥 별책에 12편이 실려 있다 정도로만 언급되어 있다)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를 뒤져 보면 『이순신 계초[李舜臣 啓草]』라는 제목으로 보관된 필름자료가 있다.[링크] 1928년 5월 촬영된 자료로 충남 아산군 염치면 백암리 이종옥[忠南 牙山郡 鹽峙面 白岩里 李種玉] 소장이라고 되어 있다.

근데 당시 촬영하고 그 뒤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몰랐던 것이다. 책을 보면 "현충사 소장"이라고 해 놓았는데, 정작 현충사에는 없었다. "충남 아산에 사는 후손이 소장한 것을 촬영한 것이니 현충사에 있겠거니" 했던 것이다. (..........._'­_) 그러다가 노승석 여해고전연구소 소장이 현재 국립해양박물관에 소장된 『충민공계초忠愍公啓草』를 분석해 본 결과 해당 필사본이 필름으로만 전해지던 장계 별책이라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국립해양박물관에 소장된 『충민공계초』 촬영사진과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제공하는 필름사진. 얼룩이 뚜렷해 보이는 차이가 있지만 글씨체와 내용을 보면 같은 책을 찍은 사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해당 촬영필름은 책 전체를 촬영한 것이 아니다. 1662년에 필사된 『충민공계초』에 수록된 장계는 모두 61편인데, 촬영된 장계는 『임진장초』에 수록되지 않은 장계 12편 뿐이다.
※ 『임진장초』는 언제 필사가 이루어졌는지 확인되지 않는데, 문장 자체가 행정실무에서 자주 쓰였던 이두체가 섞여있는 데다가 장계 중간중간에 전라좌수사 주인朱印이 찍힌 걸로 봐서 당대에 필사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이충무공전서』에 수록된 장계는 이두가 섞인 원문을 전부 "문헌기록에 쓰이는 공식언어"인 순한문체로 바꾸었다)

현재 이순신의 장계는 『임진장초』, 『충민공계초』, 『이충무공전서』에 단행본으로 엮인 78편으로 알려져 있고, 그밖에 『사대문궤事大文軌』, 『선조실록』과 『선조수정실록』, 『태촌집泰村集』 등에 수록되거나 인용된 장계들이 단편적으로 있다. 조성도 교수의 번역본은 『임진장초』와 『충민공계초』, 『이충무공전서』에 수록된 78편만 다룬데다가 원본의 교감을 통한 텍스트 정립은 이루어놓지 않은 상태이다. 최두환 중령의 번역본은 한문 원문은 실어 놓았지만 역시 교감 대조 작업은 해 놓지 않은 상태이다. 또한 『선조실록』이나 『선조수정실록』에 인용된 장계를 인용하여 자료를 최대한 모으려고 했지만, 『조선왕조실록』을 제외한 다른 자료는 다루지 않은데다가 장계가 아닌 글들-시, 독후감 등-까지 장계의 형식으로 묶어버려 편집성을 떨어뜨려 버렸다.
현재 『난중일기』는 초고와 『이충무공전서』 수록본, 그밖에 다른 필사본과 기록에 인용된 내용을 종합해 교감, 텍스트를 확립하고 번역하는 일이 끝난 상태이다. 앞으로는 이순신이 남긴 장계에 대해 같은 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덧: 『난중일기』는 노승석 여해고전연구소 소장님이 잊을만 하면 개정판을 내는 통에 엄청나게 돈을 썼다. 2005년 동아일보사에서 나온 번역본 샀더니 2010년 민음사 번역본이 나왔고, 2014년 주석과 해석을 보강해서 여해고전연구소에서 새롭게 번역이 나왔다. 그러더니 2015년 올해 교감정본 한문본이 출판되었고, 내용을 잠깐 찾아보니 번역본이 다시 손질될 기세...............OTL (책장에 『난중일기』와 『징비록』만 도대체 몇종이란 말인가........-_-;)

막짤은 에이핑크의 막둥이 오하영과 러블리즈의 케이로 마무리 ㄳ

덧글

  • 별바라기 2015/04/24 22:58 #

    있겠거니....(...)

    뭔가 무책임한것 같군요.
    사진만 찍으면 끝이 아닌데....

    P.S) 이 분 레알 로리콘!!!!
  • 연성재거사 2015/04/25 12:55 #

    우리나라 유물 관리가 알고보면 환상적입니다. 당장 문화재 목록이나 도록도 제대로 가지고 있지 않은 박물관이 많습니다.

    그렇게 '있겠거니' 하다가 사라진게 얼마나 되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실제로 대한매일신보 사장이었던 베델의 집이 '있겠거니' 얘기만 나왔다가 뉴타운 개발로 밀려버렸죠.OTL ( http://veritasest.egloos.com/1631058 참고)

    ps) 자아비판은 블로그에서 하시기 바랍니......(퍼억)
  • 위장효과 2015/04/24 23:30 #

    근대 이래 집안 사정이 워낙 안습이다보니-혈통도 직계가 아니라 계속 양자들여와서 이어왔다죠- 관리 상태도 엉망이 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도 찾았으니 다행...

    덧1. 뭔지 모르게 내가 교과서 수집한 그런 상황하고 비슷...(워낙 신판 나오면 필히 구입을 해야하는지라. 그런데 한 권이 2천페이지가 넘는 물건들인데 그런 게 벌써 다섯권째고 슬슬 내년이면 또 신판 나올 시기라서 구입해야 할테니...주 교과서뿐 아니라 서브파트 교과서도 그런 식으로 신간이 나오니 죽을 맛)

    덧2. 이중제국이 신성로마제국의 길을 걸어갔던 것과 비슷한 조짐이 여기서도... 이중제국이 신성로마제국으로 몰락했다면 여기는 테오도시우스 사후 동서로마제국 내지 11세기의 동-서 교회 분열...
  • 연성재거사 2015/04/25 12:59 #

    본격적으로 『임진장초』를 비롯한 이순신의 장계를 정리하고 텍스트를 정립할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덧1) 그런데 그 과정에서 깨진 돈이 대체 얼마인지........-_-;

    덧2) 청순/귀요미 인 애들은 에이핑크만 보는게 아니라 여럿 좋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죄다 망하거나 섹시 콘셉으로 돌려서 그렇지.ㄱ-(그러면서 노래는 왜 말아먹어!)
    러블리즈는 데뷔할 때부터 보고 있었습니다. 얘들은 잘 하면 청순/귀요미 시장을 에이핑크와 더불어서 양분하는게 가능할 것 같더군요. 그중에서도 제일 좋아하는게 에이핑크에서는 오하영, 러블리즈에서는 케이.........(그만해!)
  • 행인1 2015/04/25 23:24 #

    알고보니 박물관에 있었다라... 파랑새 동화도 아니고...
  • 연성재거사 2015/04/25 23:26 #

    그런데 이런 경우가 워낙에 많아 놀랍지도 않습니다. ㄱ-
  • 행인1 2015/04/25 23:50 #

    좀 지났지만 대동여지도 판각이 비슷했었죠.
  • 연성재거사 2015/04/26 00:11 #

    김정호 옥사할 때 다 없어졌다더니 국립중앙박물관 지하 수장고(!)에서 쏟아졌죠.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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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역사학 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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